



내 참새 가슴에는
웃음을 잘라내는
작두질이 있습니다
쇠를 켜는 망치질
가죽 패는 무두질도 있었습니다
상주 터를 다지는
달구질 까지 있었습니다
이제
마흔 다섯 이 가슴은
방짜 가슴 입니다
통째로 하나의
울음 주머니 입니다
이 가슴 한번 울면
석달 열흘 비가 옵니다
=유안진의 에세이 종이배 중에서=
이제는 사랑도
추억이 되어라
꽃 내음 보다는
마른 풀이 향기롭고
함께 걷던 길도
홀로 걷고 싶어라
어둠이 땅 속까지
적시기를 기다리며
비로소 등불 하나
켜 놓고 싶어라
서 있는 이들은
앉아야 할때
앉아서 두 손안에
얼굴 묻고 싶을때
두 귀만 동굴처럼
길게 열리거라
유 안진의 수필집 종이배 중에서
무어라고
미처 이름 붙이기도 전에
종교의 계절은 오고 말았습니다
사랑은 차라리
달디단 살과즙의
가을 열매가 아니라
한 마디에 자지러지고 마는
단풍잎 이었습니다
두 눈에는 강 물이 길을 열고
영혼의 심지에도
촉수가 높아 졌습니다
종교의 계절은 깊어만 갑니다
그대 나에게
종교가 되고 말았습니다
= 유안진의 에세이 종이배 중에서=
외 눈박이 물고기처럼 살고싶다
외눈박이 물고기처럼
사랑하고 싶다
외눈박이 물고기처럼 세상을 살기위해
평생을 두 마리가 함께 붙어 다녔다는
외눈박이 비목 처럼
사랑하고 싶다
우리에게 시간은 충분했다 그러나
우리는 그만큼 사랑하지 않았을 뿐
외눈박이 물고기처럼
그렇게 살고 싶다
혼자 있으면
그 혼자 있음이 금방 들켜 버리는
외눈박이 물고기 비목처럼
목숨을 다해 사랑하고 싶다
비목-당나라 시인 노조린의 시에 나오는 물고기
=류시화의 시집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중에서=
손발이 시린날은
일기를 쓴다
무릅까지 시려오면
편지를쓴다
부치지 못할 기-이인 사연을
작은 이 가슴마저
시려드는 밤이면
시를 찾아 나서노니
사람아 사람아
등만 뵈는 사람아
유월에도 녹지 않는
이 마음을 어쩔래
육모 서리꽃 내 이름을 어쩔래
= 유안진=
나무들의 하늘이, 하늘로
하늘로만 뻗어가고
반백의 노을을 보며
나의 구월은
하늘 가슴 깊숙히
짙은 사랑을 갈무리한다
서두르지 않는 한결같은 걸음으로
아직 지쳐
쓰러지지 못하는 구월
이제는
잊으며 살아야 할때
자신의 뒷 모습을 정리하며
오랜 바램
알알이 영글어
뒤 돌아 보아도 보기 좋은 계절까지
내 영혼은 어떤 모습으로 영그나?
순간 변하는
조화롭지 못한 얼굴 이지만
하늘 열매 달고
보듬으며, 누군가의
손길을 기다리고 있다
= 서정윤의 홀로서기 중에서=